[J네트워크] 21세기 아편전쟁과 펜타닐
미 역사상 유일의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생전 중국에 관심이 많았으며 외조부 워런 델라노 주니어가 중국에서 사업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무슨 사업을 했나. 델라웨어대 역사학과 교수 왕위안충(王院崇)에 따르면 외할아버지가 종사한 사업은 아편 장사였다. 18세기 말 영국 동인도 회사가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하려 아편 판매를 시작했는데 외조부를 포함한 미국 상인들도 기꺼이 동참했다. 불법으로 돈을 버는 데 국가와 민족의 구분은 없었다. 중국 광저우에 나온 미 회사 대부분이 아편 무역에 종사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미국 내 자선사업과 교육·교통·의료에 투자해 미국을 강국으로 일궈냈다. 반면 중국은 은화 유출과 무역 적자, 사회 빈곤, 국민 피폐로 이어지며 몰락했다. “손안의 담뱃대가 천조의 꿈을 날려버렸다(手中煙槍一杆 天朝夢歸何處)”는 탄식이 나왔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가. 지난달 초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물질이 든 중국 화물이 우리 항구에 도착했다”며 “중국에서 멕시코로 펜타닐이 들어왔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정중한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도 했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 중독성을 지닌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가 멕시코가 아닌 중국이라는 뉘앙스가 읽힌다. 펜타닐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치명적인 마약이다. 2021년의 경우 10만7375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는데 이 가운데 67%가 펜타닐 관련이었다. 미 성인 18~49세 사망 원인 1위로 교통사고와 총기사고 사망자를 더한 것보다 많다. ‘차이나 화이트(China White)’ ‘중국 소녀(China Girl)’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직접 밀수되거나 또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중은 2018년부터 중국의 펜타닐 원료 생산자 단속에 나섰으나 무역 갈등이 악화하며 현재 협력은 흐지부지 상태다. 미국 일각에선 “중국이 고의로 펜타닐을 미국에 유통하고 있는 게 아니냐” “아편전쟁의 한풀이를 미국에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펜타닐 오남용이 문제이지 왜 중국 탓을 하느냐”고 반발한다. 21세기 아편전쟁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약은 인류의 공적이다. 미·중 갈등 해소는 펜타닐 협력에서 시작해야 한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J네트워크 아편전쟁 펜타닐 펜타닐 원료 펜타닐 물질 멕시코 대통령